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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2017. 1. 29.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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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는 귀성길에 지루함을 달랠 생각으로 가벼워 보이는 소설책을 집어 들었다. 처음 만나는 작가. 먼저 친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책 날개에 있는 '작가의 말'을 읽었다.


자기 자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멸시와 혐오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 쪽에서 세상과 사람들을 바라보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 길에서 나 또한 두려움 없이, 온전한 나 자신이 되고 싶다, 그 길에서 나 또한 두려움 없이, 온전한 나 자신이 되었으면 좋겠다.

문학은 소외된 이들을 위한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말에 완전 공감을 하면서도, 나이 많은 작가가 아니기에 큰 기대하지 않은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가장 앞에 있는 소설 '쇼코의 미소'를 읽고 편견임을 알게되었다.


사람은 가끔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을 한다. 가족에겐 무뚝뚝하던 사람이 낯선 외국인에게는 그리도 친절할 수 있고, 사람 사귀는 법을 모르던 사람이 환하게 반겨주기도 한다. 스스로도 명확히 표현할 수 없는 감정 속에 사람들은 살고 있음을 보여 준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은 보통 말할 수 없는 슬픔과 함께 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도 위로 받을 수 없는 그 감정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을 하게 하고, 아주 나중에야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너무 슬프지만 우리의 삶이란 수학 공식이 아니다. 이 소설이 어떤 심리학책이나 자기개발서 보다 마음을 잘 얘기해주는 듯하다. 


한지와 영주에서는 관계의 불완전함을 보여준다. 영주는 자신을 깎아내리는 사람에 지쳐서 헤어진다. '만나줘서 고맙다' 라고 표현하는 사람에게 편안함을 느끼는 동시에 멸시를 느끼는 것이다. 관계는 어쩐지 공평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시소가 공평하게 왔다 갔다 해야 되는 것인데, 한쪽이 너무 무거워서 움직이지 않는다. 이런 시소 놀이는 싫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떠나보내고 타국에서 한지를 만난다. 그러면서 자신의 낮은 자존감을 보는 영주. 자신처럼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싫었던 것이다. 무튼 자신에 대해 알게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만 함께하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멋지고 쿨하게 보내주고 싶지만, 마지막 일주일은 말을 하지 않는다. 관계란 비논리적이다. 앞뒤가 맞지 않지만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기억에 관한 슬픈 부분이 있다.


"기억은 재능이야. 넌 그런 재능을 타고났어."

할머니는 어린 내게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건 고통스러운 일이란다. 그러니 너 자신을 조금이라도 무디게 해라. 행복한 기억이라면 더더욱 조심하렴. 행복한 기억은 보물처럼 보이지만 타오르는 숯과 같아. 두 손에 쥐고 있으면 너만 다치니 털어버려라. 얘야, 그건 선물이 아니야."

꼭 기억해두고 싶은 순간이 있으면, 잠시 주변을 둘러보는 습관이 있다. 주변의 공기를 한번 마셔보고, 시간을 생각해보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그렇게하면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기억에 있는 인물과의 관계가 틀어졌을 때, 그 기억은 아픔으로 다가온다. 기억이란 그렇게 모순적이다. 그렇지만 좀 처럼 포기하고 싶지 않다. 영주는 얼음 저편으로 일기장을 밀어 넣는다. 그렇지만 마음에 새겨진 부분은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관계와 마음 그리고 상처에 관해 이야기로 풀어준 최은영 소설가 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또 다음 작품이 너무 기대된다.


쇼코의 미소
국내도서
저자 : 최은영
출판 : 문학동네 2016.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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